[교육/생각] 아이들의 창의성과 함께하는 영어 알파벳 교육

아이들의 창의성과 함께하는 영어 알파벳 교육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과목 수가 늘어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저는 3~6학년 모두 영어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데요. 4~6학년보다도 3학년 영어 지도가 특히나 고민이 됩니다. 그 이유는 한 학급 내에서도 학생들의 수준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학원을 다녀서 알파벳을 모두 아는 아이들도 있고, 아예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의 특성상 어려운 점이 있어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제가 어떻게 영어 알파벳을 지도했는지 작성하고자 합니다.   

 

  교과서를 살펴보면, 제일 처음 영어를 접하는만큼 인사 표현과 자기소개 표현을 배웁니다. 그 후에 알파벳을 배우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요. 저는 영어 교과서에서 40분 동안 가르치길 원하는 알파벳의 개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수업을 재구성하였습니다. 3학년 학생들에게 알파벳을 지도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 학기 내내 알파벳을 공부해야 여름방학 직전이 되어서야 알파벳 대소문자를 영어 공책 줄에 맞춰서 혼자서 잘 쓰는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게, 알파벳은 대소문자 모두 합해서 52개니까요. 

 

   먼저 학생들과 함께 인사 표현을 배우고 나서, 알파벳 A, a, B, b, C, c, D, d 이 네 글자만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영어 공책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었어요. 여기서 잠깐 옆길로 새자면, 영어 공책을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지 모르겠으나, 저는 영어 공책에 연습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영어 공책의 줄이 없더라도 학생들이 영어 맞춤법에 맞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책에서 연습이 잘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 공책이 없을 때, 대소문자 구분이 되지 않게 쓰기 때문이죠. 

 

  사족이 길어졌네요. 어쨌건 이후에, 알파벳의 대소문자에 대한 설명을 해 준 후, 함께 써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영어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A'를 쓰면서 "뾰족한 산이 있어요. 그걸  가로지르는 선이 있어요. 이 알파벳의 이름은 대문자 '에이'입니다." 라고 했더니, 어떤 학생이 "선생님~ 에펠탑 닮아서 '에이' 인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이후부터 아이들이 너도나도 알파벳 모양과 비슷한 모양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칠판에 B를 쓰면서 "B는요. 1하고 3을 붙인 모양입니다." 라고 하니깐 학생들이 "13(십삼)을 합친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더라구요. 또 이미 학원에서 공부해서 잘 알고 있는 학생은 "대문자 D에서 중간 부분을 쿡 찌른 모양이 B예요!"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정말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창의적인 답변이었어요. 저는 몸으로 알파벳을 만들어보는 수업도 좋지만, 학생들이 알파벳 모양을 보고 자신만의 '형상'을 떠올리고 그걸 다른 교사와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말하는 과정을 통해서, 또 그걸 들은 학생들 역시 알파벳을 잘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학생들의 이런 반응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특히나 대문자 D의 중간 부분을 쿡 찔러서 B가 된다는 표현은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도, 말로서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기에 더더욱 기억에 남네요. 

 

  소문자 역시 제가 생각한 알파벳 모양과, 학생들이 떠올린 모양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영어 전담이다보니 여러 반을 들어가게 되는데요. 반마다 아이들이 떠올리는 내용이 다르다보니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이 되었습니다.

 

  알파벳 지도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위에서 제가 지도한 방법을 활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파벳 모양에 대해 선생님 또는 부모님의 시범적인 생각으로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에 물꼬를 터 주신다면, 아이들 역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떠올리면서 알파벳을 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